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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외로운가 (덕산 김동민 지음)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 21-02-01
  • 조회16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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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롭습니다. 처지에 따라 안 외로울 수도 있지만, 잠시 잊고 있을 뿐, 그 저변에는 외로움이 깔려 있습니다. 사랑의 열기 속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연인들, 한 지붕 밑에서 가족들과 단란하게 지내고 있는 가정구성원들, 동료들과 사이좋게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들 ……, 이들 모두는 안정된 정서에 묻혀 외로움을 잊고 있지만, 그 지속(持續)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상대와 갈등이 생기거나 무리에서 소외되거나 하면 언제든 외로워집니다. 정서안정의 조건인 「관계」의 만족감은 이렇듯 쉽게 깨집니다. 그러니, 애당초부터 그런 부러운 처지에 있어보지도 못한 이들 내지는 그런 처지를 그림의 떡처럼 여겨온 이들은, 하물며 얼마나 들 외롭겠습니까. 


산다는 것은 관계하는 것의 다름 아닙니다. 관계가 사라지면 삶도 사라집니다. 인간끼리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식물 및 물뭍과의 관계마저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그들의 존재형태가 파괴되면 인간사회도 파괴되고, 그들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집니다. 서서히 사라지면 따라 서서히 그리고 급하게 사라지면 따라 급하게 사라집니다. 왜냐하면 인간과 그들은, 원래 나와 남이 아닌 확대된 나이고 「동체(同體)」이기에 그렇습니다. 인드라(indra) 망으로 얽힌, 그리하여 연기(緣起)라는 관계의 틀 안에서 거대한 단일 생명체계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개체군이고 받침대이기에 그렇습니다.

송구스럽습니다만, 저는 동체라는 것을 명상으로 보고 안 적이 있습니다. 관심법(觀心法) 수행을 하던 45세 때 「나」가 소멸되는 신비한 초월(超越) 체험을 네댓 번 했는데, 그 때 내려다 본 현상계(現象界)는 모든 것이 완전히 동등했습니다(눈으로 본 것이 아님). 「나」 라고들 여기고 있는 내 몸과 남의 몸들, 움직이는 것들과 안 움직이는 것들 ……, 모든 것들이 하나의 장면 안에서 완전히 동등했습니다.
체험의 뜻을 알게 된 것은, 경전과 어록 등을 공부한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더 공부한 결과로, 마음이 일어나면서 그런 일원(一元)의 동체가 사바세계(sabha)에 출현하고 〈주관과 객관〉 또는 〈보는 자와 보이는 것들〉 또는 〈나와 남〉으로 이분(二分)된다는, 가르침을 덤으호 믿고 있습니다.

난해한 말들을 접고, 외롭다는 것은 관계상실로 말미암은 심리(心理)현상이고, 사라지기 전에 개체(個體)가 경험하는 의식상태이고, 개체의 잠재의식이 표층의식에게 그 복원을 촉구하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삶을 유지토록, 관계복원을 촉구하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 ……. 따라서 인간은, 살아남으려는 본능으로 어떠한 형태로든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데, 그런 노력이 벅차거나 실패하면 상대를 인간이 아닌 동물로 바꾸기도 합니다. 이른바 반려동물이 그런 대체(代替) 내지는 차선(次善)의 선택이지 싶습니다.

관계의 심층에는, 정신적으로 유대(紐帶)하고 의지하고 그리하여 안정된 마음으로 무상(無常)한 삶의 고(苦)를 견디려는 심리작용이 있습니다. 한데, 그것이 원만하려면 남을 이해하면서 존중하고 배려하고 돕고 하는 이타(利他)의 행동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먼저 그래야 합니다. 서로들 그래야 하는데,. 상대가 없으면 자원봉사활동 등에 적극 동참하는 것도 방법이지 싶습니다. 나 중심의 이기적 마음이 아닌,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의 마음을 갖고 말입니다. 오늘날의 외로움은, 전통사회가 와해되면서 그런 바탕이 깨져 생긴 결과일 뿐입니다.  

인간의 문명은 실패했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물질적 만족 내지는 탐욕을 위해, 서로 싸우고 자연을 상대로 파괴하고 죽이고 하는 몹쓸 짓을 거듭하다 보니, 삶도 그만큼이나 거칠고 피폐해졌습니다. 물질적으로 성공한 것만큼이나 힘겨워 졌습니다.


18세기 제1차산업혁명 후로 인간이 추구해온 문명은 물질적 풍요였습니다. GDP GNP 무슨 무슨 P(product, 생산량의 재화가치)라는 물질적 부를 추구하며 서로 경쟁하는 그런 문명이었습니다. 그 과정에 제국주의가 등장했고, 이데올로기 및 체제의 대립과 문명권간의 충돌이 서로를 죽이는 정도로까지 험하게 이어지고 하면서, 인간은 엄청난 고통을 겪어 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연을 무참(無慘)하게 유린한 또 다른 결과가, 지금 부메랑(boomerang)이 되어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갖가지 자연재해(災害)와 불길하게 조여 오는 기후변화의 굴레, 물부족과 식량부족 자원고갈, 그런 속에서 서로들 부대끼며 사는 과밀(過密)의 고통과 고향 떠나는 난민들, 자원확보를 위한 강국(强國)들의 패권다툼과 흔들리는 국제질서 ……,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인간끼리의 삶은, 어제의 경쟁이 이제는 전쟁이 되다 시피 살벌해졌습니다.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이 실종되면서, 어떻게든 상대를 이겨 쓰러뜨리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상층에서 안정리에 삶을 즐기는 승자(勝者)들과 삶 밑바닥에서 몸부림치는 패자(敗者)들과 봐주는 이 없이 홀로 서기 내지는 홀로 사라지기에 내몰리는 낙오자들 약자들 ……. 그런 한편으로, 감당 못할 결혼 및 육아의 고비용으로 또는 그런저런 부담이 싫어서, 홀로 사는 비혼(非婚) 무리들이 늘고 있고, 이른바 제4차산업시대에 진입하면서 삶 싸움터에 나가보지도 못한 채 잉여인간이 돼버리는 무리들이 또한 양산되고 있고 ……. 그러면서, 승자 또한 언제 패자로 추락할지 모르는 불안 ……. 이것이 그 간에 이룩한 찬란한(?) 물질문명에 노출된 인간 군상(群像)의 현재 모습입니다. 막장에서나 봄직한 고달프고 고독한 모습들 …….

이 모두는, 존재하는 것을 나와 남으로 구별하고, 나 중심으로 행동한 결과입니다. 남에 대한 배려 내지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이 실종된 결과입니다.

 
  
불기2561년(A.D.2017) 4월 17일
덕산  김동민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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